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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코가 까만 이유/ 2017-10-18
작성자 : 운영자(kylggc@hanmail.net)  작성일 : 2017-10-18   조회수 : 115
[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 탐험 첫회
'천고마비'다, 먹어야 할 때가 됐다
추위 대비해 에너지 쌓고 몸 만들자
알고 보면 재밌는 '동물의 살찌우기'

[한겨레]

북극곰의 몸은 북극의 추운 환경에 맞게 진화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천고마비’란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이다. 실제로 가을 무렵 동물원에 가 보면 포동포동해진 말을 볼 수 있다. 말은 가을에 잘 먹고, 살이 기름지게 오른다. 말이 허허벌판에서 추운 겨울을 끄떡없이 보내려면 잘 먹어야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 신체적인 구조도 바뀐다. 말의 겨울 준비는 늦여름에 털이 촘촘하게 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기름지게 오른 살은 추운 겨울에 체력 유지를 위해 소비되며, 촘촘하게 난 털은 털옷처럼 추위를 막아주다가 겨울이 지나면서 빠진다. 봄이 되면 말의 몸매는 정상으로 돌아온다.

북극곰의 피부 아래에 있는 두툼한 지방층은 체온 유지는 물론 추운 겨울을 극복하는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털은 빨대처럼 속이 비어 있고 공기로 채워져 있다. 북극곰 털이 이렇게 독특한 이유는 체온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다. 게다가 털이 촘촘하게 많기 때문에 보온 기능을 더해준다. 햇빛을 잘 흡수하려고 코는 검은색이며, 혹여 털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면 그 열도 놓치지 않고 흡수하려고 피부까지 회색이다.

물범은 포동포동해도 걱정 없어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해서 먹이를 잡는 물개와 펭귄들도 지방층이 두툼하다. 이 지방층은 몸을 감싸 차가운 바닷속에서 체온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바닷속에서 총알처럼 수영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대 준다. 지방층에 쌓인 예비용 살이 더 비대해질 틈이 없이 소비되므로 비만인 해양동물은 없다.

제주에서 말이 먹이를 먹고 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그럼 낙타는 어떨까? ‘사막의 배’라고 불리는 낙타는 짐 운반과 밭갈이에 이용되고, 전쟁터에 말 대신 싸움터에 나가기도 했다. 170~270㎏의 짐을 등에 짊어지고 하루에 약 47㎞를 이동할 수 있다. 낙타는 등에 혹이 1개인 단봉낙타와 2개인 쌍봉낙타로 나뉘는데, 이 혹에 들어있는 건 물이 아니라 지방이다. 낙타는 한 번에 물 57ℓ를 마실 수 있고, 그 뒤에는 물 한 모금도 먹지 않고 사막을 횡단한다. 먹이를 먹지 않고 오랜 시간 이동할 때, 혹에 있는 지방이 분해되어 영양과 수분을 공급해 준다. 그때가 되면 낙타의 혹은 점점 작아진다. 먹이를 언제 먹을지 모르는 사막에 사는 낙타는 에너지를 미리 혹에 저장해 두었다가 분해해서 이용한다. 그러니, 낙타에게 ‘살찐다’는 것은 혹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이며, 몸매는 별반 차이 없다.

서울동물원에는 동물 영양사가 있어 ‘먹이 레시피’를 바꾸기도 하면서 최적의 영양 공급을 위해 연구한다. 동물 영양사의 독특한 임무 중 하나는 계절에 따라 먹이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동물은 사람과 다르다. 여름이 다가오면 양을 줄이고, 반대로 겨울이 다가오면 양을 늘려 먹이는 동물도 있다. 그래서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의 체중은 계절별로 조금씩 다르며 비만일 때도 있지만, 괜찮다. 살은 곧 빠진다.

겨울잠에 들어가기 앞서 가을에 많이 먹고 에너지를 비축하는 반달가슴곰. 환경부 제공

여름에 입맛이 없다가 가을에 식욕이 돋는 현상은 겨울잠 자는 곰, 박쥐와 오소리에서 뚜렷하다. 찬바람 불기 전부터 거침없이 먹는다. 겨울이 오기 전에 많이 먹어 살찌워 놓으려는 것이다. 겨울잠 자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미리 찌워 놓은 살이 에너지원이 되어 거뜬히 겨울을 날 수 있다.

사람은 척삭동물문-포유강-영장목-사람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사람도 다른 동물처럼 계절에 따라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여름에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치 않으니 식욕이 약간 떨어지고, 겨울을 맞이할 가을에는 식욕이 좋아진다. 겨울에 접어드는 길목에 인간들도 다른 동물들처럼 살이 좀 찐다. 가을에 살이 조금 찌는 것은 정상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살은 겨울 이후에 빠져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겨울에 따뜻한 곳에서 생활하거나 춥지 않게 지내려고 꽁꽁 싸매고 다닐 경우 예비용 살은 빠지지 않고 고스란히 살로 남을 것이다.

겨울 춥게 보내야 좋은 이유

야생동물 세계에서는 비만이 없다. 체내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먹이만 먹기 때문이다. 겨울을 대비하거나 깊은 바다에서 생활하는 동물이 ‘예비용 살’을 저장한다. 야생동물이 살을 찌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반면 자연을 벗어나 살찌게 하거나 저절로 살이 빠질 기회를 주지 않는 종이 현대의 인간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대학의 폴리 박사는 사람이 낮은 기온에 노출되면 칼로리를 저장하는 백색 지방이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갈색 지방으로 바뀐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영하 15도 이하의 추위에 10~15분간 노출되면 1시간 운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추위를 즐기는 것이 효과 좋은 다이어트 중 하나로 보인다. 동의보감에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는 말이 있다. 머리는 시원하게 손발은 따뜻하게 하면서 다소 싸늘하게 지내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얘기다. 겨울을 약간 시원하게 보낸다면, 건강에 좋고, 에너지도 절감하고, 지구온난화도 지연시키는 ‘일석삼조’ 아닌가.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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