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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들의 명강의/ 혈액 질환/ 2004-07-05
작성자 : 운영자(kylggc@hanmail.net)  작성일 : 2017-01-30   조회수 : 143

피는 우리 몸 구석구석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1분에 한번 정도, 심한 운동시 20초에 한번 정도 온 몸을 순환하는 피 속에는 각종 영양소와 산소가 풍부히 들어 있다. 사람이 섭취한 음식물은 포도당으로 분해된 뒤 피 속에 녹아 온 몸으로 전달되며, 인체 각 조직은 이 포도당을 연소시켜 에너지를 획득한다. 이 때 필요한 ‘불 쏘시개’가 바로 산소다. 그 밖에 인체를 구성하는 각종 단백질, 지방질, 무기질, 비타민, 콜레스테롤 등도 피를 통해 온 몸으로 운반된다. 따라서 피가 공급되지 않으면 세포들은 호흡곤란과 영양실조 때문에 심각한 손상을 받게 된다. 뇌나 심장 세포는 극히 예민해서 수분간만 피 공급이 중단돼도 사망하게 된다. 그 때문일까. 고대로 부터 피는 생명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고, 각종 종교의식을 통해 숭상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에 관한 일반인의 지식은 낙제점 수준이다. 피가 어떻게 생성돼서 어떤 기능을 하며 어떤 원인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저 ‘빈혈이 있으면 어지럽다’ ‘백혈병은 골수이식을 해야 한다’는 정도가 일반인의 상식 수준이다. 피의 순환에 관련된 질환, 즉 동맥경화 등 순환기 질환에 대해 일반인들이 의사 못지 않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피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혈액질환보다 순환기 질환이 훨씬 많고 훨씬 더 치명적이므로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해도 혈액질환의 중요성이 대중에게 간과되는 현상은 조금 지나친 감이 있다. 교양과 상식을 위해서라도 생명, 그 자체인 피와 피에 생기는 병들을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

피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세포 성분과 혈장이라 부르는 액체 성분으로 구분된다. 즉 적혈구 등 세포성분이 혈장에 떠 있는 형태가 바로 피다. 피가 붉은 이유는 혈액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적혈구 성분 때문이며, 백혈구와 혈소판은 혈액의 4~5%에 불과하다. 혈액의 나머지 55% 정도는 혈장이며, 혈장의 90%는 물이다.

적혈구는 산소의 운반 기능을 한다. 적혈구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은 폐에서 산소와 결합해 온 몸을 돌면서 조직에 산소를 전해준 뒤 다시 심장을 거쳐 폐로 들어간다. 이 때문에 산소를 머금은 동맥피는 밝은 선홍색인데 비해 산소를 빼앗긴 정맥피는 검붉은 색을 띈다. 무색의 백혈구 세포는 외부의 침략군으로부터 인체를 지켜내는 방위군이다. 즉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체내로 침투하면 백혈구는 여기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성해서 침입한 세균 등을 무력화시킨다. 혈소판은 혈관의 상처를 치료하는 접착제와 같다. 혈관이 찢어져 피가 새어나오면 그 부위에 달라붙어 혈액응고인자를 분비시킴으로써 지혈작용을 한다.

한편 피의 양은 몸무게에 비례한다. kg당 80ml 정도므로 체중 60kg이라면 혈액양은 약 4.8리터가 된다. 적혈구 백혈구 등 피의 세포 성분은 대부분 골수라는 혈액조직 내에 있는 조혈모세포에서 생성되는데, 골수는 골반뼈에 가장 많고 척추, 갈비뼈 같은 납작뼈에도 있다. 골수이식(조혈모세포이식)을 할 때 골반에 긴 대침 같은 것을 꽂아 골수를 채취하는 이유도 여기에 조혈모세포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적혈구의 수명은 120일, 백혈구는 30~60일, 혈소판은 8일 정도다.

혈액질환이란 혈액을 구성하는 세포나 기타 구성 물질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부상 등으로 출혈이 생기면 다시 그 만큼의 피가 생성되므로 피의 양이 문제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만약 총상이나 심한 부상 등으로 피를 지나치게 많이 흘리면 즉시 사망하므로 그것을 병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혈액질환 중에선 혈액세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적혈구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백혈구나 혈소판 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백혈구-혈소판에 이상이 생기면 적혈구의 이상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임상적으로는 더 자주 문제가 된다.

적혈구에 나타나는 문제는 대부분 적혈구 숫자가 감소하는 것이다. 빈혈이라 하면 피의 양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나, 피 속에 있는 적혈구 수가 적어지는 게 빈혈이다. 빈혈이 있으면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지고, 신체 말단 부위에 피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특별한 자각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적혈구가 적으면 산소운반능력이 떨어지지만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심장이 더 빨리 뛰어 혈류량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혈 환자는 달리기나 등산을 할 때 숨이 가쁘면서 구역질이 나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스스로 “난 원래 달리기나 등산을 잘 못한다”고 여기고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흔히 빈혈의 증상으로 숨가쁨, 현기증, 피로감, 피부창백, 뼈나 관절 주변의 통증 등을 드는데, 이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는 빈혈이 상당히 심한 경우이다. 만약 빈혈 정도가 몹시 심하다면 심장에 만성적으로 부하가 걸리므로 만성 심부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빈혈은 빈혈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구분하는데,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는 대부분의 빈혈은 지속적인 실혈(失血)로 인한 철결핍성 빈혈이다. 월경량이 많은 여성, 위-십이지장 궤양 환자, 치질 환자, 일부 암 환자 등은 몸에서 지속적으로 출혈이 생겨 피가 빠져 나가며, 이 때문에 헤모글로빈의 원료가 되는 철 성분이 부족해져 빈혈이 초래된다. 여성의 20~30%가 빈혈인 이유도 생리 때문이다.

따라서 이 때는 더 이상 실혈이 없도록 원인 질환부터 치료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궤양이나 치질로 인한 실혈 때문에 빈혈이 생겼다면 위궤양이나 치질을 치료함으로써 빈혈도 낫게할 수 있다. 그러나 출혈의 원인이 과도한 생리 때문인 경우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철분제를 복용해야 하며, 철분제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음식을 통해서도 철 성분을 충분히 공급해 줘야 한다. 철이 많은 음식에는 선지, 육류, 생선, 시금치, 콩, 해조류, 우유 등이 있다.

한편 성장기 청소년이나 임신부 등은 출혈이 없어도 철결핍성 빈혈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체중이 급격히 늘면서 혈액량도 따라서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혈액량이 증가할 때는 혈액의 원료가 되는 철 성분도 음식 등을 통해 그만큼 많이 공급해 줘야 하는데,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빈혈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성장기 청소년이나 임신부는 철 성분이 많은 음식을 특히 많이 먹어야 하며, 필요에 따라 철분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출혈도 없고, 체중증가도 없는 상태서 빈혈이 나타난다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조혈모세포이식 등을 통해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는 경우도 흔한데, 이같은 빈혈로는 첫째 겸상적혈구빈혈이나 지중해성 빈혈 등과 같은 유전성 빈혈, 둘째 조혈(造血)기능을 담당하는 골수에 이상이 생겨 적혈구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 재생불량성 빈혈, 셋째 적혈구가 제 수명을 살지 못하고 일찍 파괴되는 용혈성 빈혈 또는 골수이형성증 등이 있다.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찌그러져 빈혈이 유발되는 겸상적혈구 빈혈은 사망률이 높은 편이나 조혈모세포 이식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의 생산 장애를 일으키는 지중해성 빈혈은 증상이 가벼운 경우엔 특별한 치료없이 정상 생활이 가능하나, 병이 심한 경우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야 한다. 다행히도 겸상적혈구빈혈이나 지중해성 빈혈같은 유전성 빈혈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거의 발병하지 않는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원인은 잘 밝혀져 있지 않지만 류머티즘 처럼 자가면역이 원인으로 추정되며, 심한 바이러스 감염이나 항암-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으로 생길 수도 있다. 역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야 한다.

용혈성 빈혈은 인체의 비정상적 면역반응에 의한 경우가 가장 흔하며, 항생제나 고혈압치료제 등 약물 부작용으로 생기거나, 말라리아 등 감염질환의 부작용으로 생기거나,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의 후유증으로 생기기도 한다. 원인이 다양하므로 원인을 다스리는 치료가 우선돼야 하며, 병이 진행돼 비장에서 적혈구 파괴현상이 심해진 경우엔 비장제거수술을 받기도 한다.

다음은 백혈구의 이상에 관해 살펴보자. 백혈구와 관련해선 백혈구 수치가 증가하는 것과 감소하는 것 두가지 모두 문제가 되는데, 이 중 백혈구가 지나치게 증가하는 게 백혈병이다. 백혈병을 혈액암이라 부르는 이유는 백혈구가 암세포로 변하기 때문이다. 백혈병 환자는 암 세포로 변한 비정상 백혈구가 증가함에 따라 정상적인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의 생산이 줄어들고 그 때문에 결국 사망하게 된다.
백혈병은 사실 성인의 10대 암에도 들지 못할 만큼 발병률이 낮지만, 대중들은 그 어떤 암보다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착각한다. 눈물나게 아름다운 영화 ‘라스트 콘스트’에서 천사처럼 맑은 여주인공 클라라를 죽게 만든 병이 백혈병이며, 드라마 ‘가을 동화’서 송혜교가 앓았던 병도 다름아닌 백혈병이다. 최근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약값을 두고 환자-정부-제약사간의 갈등이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유독 어린이 환자가 많아 이들을 돕기 위한 백혈병재단이 오래 전에 발족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도 백혈병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백혈병의 원인과 관련해선, 방사선 피폭만이 백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있을 뿐 그 밖의 발병원인은 아직껏 분명하지 않다. 벤젠 등 유기용제의 사용, 중금속 노출, 일부 약 부작용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실치 않다. 유전 가능성은 일부 소아 백혈병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백혈병은 크게 골수성 백혈병과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나누며, 각각 급성과 만성이 있다. 따라서 백혈병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만성 골수성 백혈병,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등 4가지 종류가 있다. 골수성 백혈병은 과립구라 부르는 미성숙 백혈구가 암세포로 바뀌는 것이며, 림프구성 백혈병은 림프구라 부르는 미성숙 백혈구가 암 세포로 바뀌는 것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주로 어린이에게 발병하며, 전체 소아암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소아에게 발생하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항암제만으로 70% 이상 완치된다. 그러나 성인에게 나타나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항암제 완치율이 20%에 불과하므로, 나머지는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야 한다.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주로 60대 이상에 나타나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겐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20대와 30대 빈발하지만, 소아든 성인이든 항암제 완치율이 15~20%에 불과하므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지 않으면 사망한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40대와 50대에 빈발하며, 최근 화제의 항암제 글리벡의 개발로 치료효과가 크게 좋아졌다. 과거엔 5년 생존률이 60% 안팎이었으나 글리벡의 사용으로 90%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한편 급성 백혈병은 출혈이나 발열 등의 증상이 순식간에 나타난다. 특정 유형의 급성 백혈병은 증상이 나타난지 하루 이틀만에 온 몸에서 피를 쏟기 때문에 손 쓸 시간조차 없이 사망한다. 그러나 만성 백혈병은 발병해도 증상이 없어 1~2년씩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흔하다. 피 검사를 해도 웬만큼 꼼꼼히 조사하지 않으면 발견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로, 체중감소, 식은 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자주 피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 급성 백혈병과 만성 백혈병의 발생 비율은 약 8대2 정도다.

백혈병은 치료비가 가장 비싼 암이다. 항앙제 만으로 완치돼도 6000만~7000만원 정도가 들며,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받으면 1억원은 그냥 날아간다. 그런데도 뚜렷한 예방법 조차 없다. 운명에 맡길 수 밖에 없는 황당한 병이 바로 백혈병이다.

백혈병과 반대로 백혈구 숫자가 감소하는 병이 있는데 골수이형성증후군과 재생불량성빈혈 등이 대표적이다. 백혈구 숫자가 감소하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과거엔 재생불량성 빈혈과 골수이형성증후군의 발병 빈도는 10만명에 1명꼴로 비슷했으나 최근엔 골수이형성증후군의 발병빈도가 10만명에 2명꼴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골수이형성증후군은 공해, 환경오염, 염색약의 과도한 사용, 장기간의 흡연과 관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번째는 혈소판의 문제다. 혈소판도 수가 증가하거나 감소할 때 문제가 생기는데, 혈소판 수가 감소하는 병 중 대표적인 게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ITP)’이다. 혈소판은 정상적으로 생산되지만 자가면역 작용으로 혈소판이 대부분 비장에서 파괴되는 병으로,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발병 빈도는 백혈병과 비슷하거나 약간 적다.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 있는 사람에게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혈소판 수가 증가하는 병 중 대표적인 것은 ‘특발성 혈소판 증다증(ET)’이다. 혈소판이 증가하면 혈전이 쉽게 생기므로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 순환기 질환을 유발한다.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이 병은 100만명에 1~3명꼴로 발병할 정도로 매우 희귀하다

이상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혈액 내 3가지 세포에 생기는 병을 살펴봤다. 그러나 세포가 아닌 혈액내 다른 성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게 혈우병이다. 이는 혈장내에 존재하는 혈액응고인자가 부족해 피가 멎지 않는 유전병으로, 해당 유전자가 X염색체에 존재하므로 남성에게만 나타난다. 여성이 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후대로 유전돼 아들의 1/2이 혈우병에 걸린다. 그러나 전체 혈우병 환자의 1/3 정도는 부모로부터 유전인자를 물려 받지 않았는데도 후천적으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사람들이다. 후천적인 유전자 변이의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혈우병 환자는 작은 상처에도 쉽게 멍이 들고, 피가 나면 지혈이 되지 않고, 인체 내부의 출혈로 갑작스런 통증이 생기며, 혈뇨를 보는 등의 특징적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환자는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과격한 운동도 삼가해야 한다. 또 병이 심할 경우 지속적으로 혈액응고인자를 외부에서 공급해 줘야 한다. 유전성이므로 가족 중 환자가 있는 경우엔 임신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

혈우병과 유사한 병으로 크리스마스병과 폰 빌레브란트병이 있다. 크리스마스병은 결핍되는 혈액응고인자의 타입만 혈우병과 조금 다를 뿐 나머지는 혈우병과 거의 동일하므로, 때로는 혈우병과 크리스마스병을 구분하지 않고 혈우병이라 부르기도 한다. 폰 빌레브란트병도 쉽게 멍들고, 지혈이 잘 안되며, 코피가 자주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체로 증상이 경미하며, 치료를 하면 쉽게 호전된다는 점이 다르다. 우성 유전질환으로 부모 중 한사람에게만 유전인자가 있어도 발병한다.

<김동욱 교수는>

김동욱 여의도성모병원 내과 교수

가톨릭 의대 조혈모세포 이식 센터는 백혈병 등 혈액암 분야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120개의 무균 병상을 운영하는 이 센터는 규모 면에서 세계 4대 센터의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치료 성적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동양에선 유일하게 조혈모세포 이식 2000건(2003년8월)을 돌파했고, 국내 조혈모세포 이식의 40% 정도를 시행한다.

김동욱 교수는 김춘추 교수를 도와 가톨릭의대 조혈모세포 이식센터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린 1등 공신이다. 초대 소장인 김동집 교수가 조혈모세포 이식 센터의 터를 닦았다면 1997년 제2대 소장이 된 김춘추 교수는 이 센터를 세계 4대 센터 중 하나로 키워냈다. 김동욱 교수는 국내-세계 신기록을 잇달아 쏟아냄으로써 김춘추 교수에게 결정적인 힘을 보탰다. 그는 1995년 비혈연간 조혈모세포 이식, 1996년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하지 않는 조혈모세포 이식, 1997년 제대혈(탯줄) 조혈모세포 이식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또 2002년에는 외과 김동구 교수와 팀을 이뤄 백혈병과 간경화증이 함께 있는 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간 이식과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하기도 했다. 2003년엔 만성 백혈병 치료제로 개발된 항암제 글리벡의 급성 백혈병 치료지침을 세계 최초로 마련하기도 했다. 약간 수줍은 듯 말하는 김 교수는 “가톨릭의대 조혈모세포 이식센터란 풍부한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1961년 1월1일 생인 김동욱 교수는 198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했으며, 가톨릭 중앙의료원에서 인턴과 내과 레지던트를 마쳤다. 1994년 삼성서울병원 개원시 1년간의 ‘외도’기간을 제외하고는 1992년부터 쭉 여의도 성모병원서 근무하고 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는 미국 프레드 허치슨 암센터에서 연수 했다. 2004년 현재 한국과학재단에서 지정한 ‘한국인 백혈병 세포 및 유전자 은행’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에 본부를 둔 전 세계 타인 골수 기증자 관리 기구인 ‘세계비혈연이식기증자협회(World Marrow Doner Association:WMDA)’와 ‘아시아-태평양 만성골수성백혈병 연구위원회’의 아시아 태표도 맡고 있다.

병원과 연구실에 틀어박혀 사는 그는 지난 2003년 4월, 백혈병에 관련된 유전자 이상을 진단해 낼 수 있는 유전자 진단 키트를 개발해 특허출원했다. 이 키트는 과거 20~30%에 불과했던 진단율을 90%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요즘엔 기적의 항암제라는 글리벡에 대해 왜 내성(耐性)이 생기는지에 대한 연구에 몰두해 있으며, 2003년 부터는 보건복지부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백혈병 환자가 고가의 항암제를 복용하기 전 미리 약효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칩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모 제약사와 함께 새 백혈병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는데,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





ABO혈액과 Rh혈액

혈액형은 1900년 오스트리아인 칼 랜드스타이너가 발견했다. 수술 등으로 출혈이 심할 때 수혈(輸血)을 받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기본이지만, 혈액형이 발견되기 이전의 수혈은 매우 위험한 치료행위였다. 수혈 즉시 원기를 회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열이 나고, 까무러치고, 검은 소변을 보면서 사망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혈액형끼리는 응집과 용혈(적혈구의 세포막이 파괴돼 그 안의 헤모글로빈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현상)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랜드스타이너는 양의 적혈구와 개의 혈청을 섞자 순식간에 양의 적혈구가 응집되고 용혈되는 것을 지켜본 뒤 사람의 혈액 속에도 다른 사람의 적혈구를 응집-용혈시키는 성분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자신과 제자들의 피를 뽑아 서로의 적혈구와 혈청을 섞어보는 연구를 진행해 사람의 혈액 속에서 서로 다른 사람의 혈액을 응집시키는 알파와 베타 두가지 응집소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알파 응집소에 응집이 일어나는 혈액을 A형, 베타 응집소에 응집이 일어나는 유형을 B형, 두가지 응집소 모두 응집이 일어나는 유형을 AB형, 두가지 응집소 모두 응집이 일어나지 않는 유형을 O형이라 정했다.

이 발견으로 인해 인류는 수혈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됐으며, 그 공로로 랜드스타이너는 193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랜드스타이너는 1940년 붉은털 원숭이(Rhesus)를 이용해서 Rh혈액형도 발견했다. 붉은 털 원숭이의 혈액을 토끼에게 주사한 뒤 토끼의 혈청을 추출해 사람의 혈액과 섞었을 때 응집이 일어나는 혈액을 Rh+, 응집이 일어나지 않는 혈액을 Rh-라고 그는 명명했다. 붉은 털 원숭이로 실험했다해서 이 혈액형을 Rhesus의 첫 두자를 따서 ‘Rh혈액’이라 한다. Rh- 혈액형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0.1~0.3% 밖에 안될 정도로 매우 드물어, Rh- 혈액형 환자가 긴급하게 수혈을 받아야 할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백인에겐 Rh- 형이 15~20%로 비교적 흔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편 Rh-형인 여성이 Rh+형인 남성과 결혼해서 Rh+형인 아기를 임신하면 출산 또는 유산 과정에 아기의 피가 엄마 피 속으로 일부 들어가 엄마의 피 속에 Rh 항원에 대한 항체가 남아있게 되는데, 엄마가 또 다시 Rh+형인 아기를 임신할 경우 이 항체가 아기의 적혈구를 용혈시켜 ‘신생아 용혈성 질환’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Rh-형인 여성은 아기를 한 명 밖에 못 갖는다고 알려졌으나, 요즘엔 임신 중반기와 출산직후 ‘Rh면역 글로블린’이란 주사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편 Rh-형인 남성은 아내가 Rh+형이든, Rh-형이든 아기를 갖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동욱 교수(여의도성모병원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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