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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들의 명강의/ 전립선 질환/ 2005-10-26
작성자 : 운영자(kylggc@hanmail.net)  작성일 : 2017-01-30   조회수 : 164

남자 나이는 화장실에서 들통이 난다. 소변기 앞에서 바지춤을 풀고 끙끙 애를 쓰는 사람은 뒷 모습만으로도 대강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아직도 생생한 30대 40대라면 지퍼를 내리고 소변을 쏟아낸 뒤 금방 지퍼를 올리고 돌아설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40대 50대 60대는 젊은 사람 서넛이 일을 마치고 나갈 때까지 ‘용’을 쓰게 된다. 한참동안 배에 힘을 줘야 소변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놈의 ‘오줌발’이 얼마나 약한지 마치 낙숫물 떨어지듯 찔끔거린다. 그 바람에 바지에 소변이 묻는 일도 다반사다. 겨우 끝마쳤나 싶어 지퍼를 올리려니 뭔가 미진해 다시 끙끙거리게 되고... 나이 먹은 비애는 화장실에서부터 느끼게 된다.

전립선 때문이다.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존재하는 밤톨 크기의 조직으로 방광 바로 아래쪽에 있으며 요도를 도넛 모양으로 감싸고 있다. 전립선의 양쪽에는 사정관이 요도와 연결돼 있다. 정액의 30~40% 정도를 만들어 내는 이 전립선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커진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잔뇨감이 생기는 이유는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선이 커져 요도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런 노화 과정으로 30대부터 전립선이 커지지만 증상은 40대 말쯤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이를 전립선 비대증이라 한다.

전립선 비대증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전립선 자가진단표’에서 8점 이상이면 해당되며, 20점이 넘으면 중증이므로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선 의사가 항문으로 손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 보는 ‘직장 수지(손가락) 검사’를 하거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진단하게 된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40~79세 남자 1356명을 조사하고 2001년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전체의 26.5%가 소변을 보기 힘든 ‘하부 요로증상’을 느끼고 있었고, 연령별로는 40대 10.2%, 50대 16.2%, 60대 28.7%, 70대 44.7%였다. 그러나 이는 증상의 유무를 체크한 것이다. 학계에선 전립선 비대증이 40대 40%, 50대 50%, 60대 60%, 70대 70% 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전립선 비대증은 예방이 불가능하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호르몬 체계의 불안정으로 전립선 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다만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많이 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동양인보다 육식이 많은 서양인과 서양에 사는 동양인에게 전립선 비대증이 더 많다.

과일과 야채엔 전립선 비대증을 초래하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물질(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들어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술을 많이 마시거나, 짜게 먹거나, 쪼그려 앉는 습관 등은 전립선 비대증 자체를 유발하진 않지만, 소변량이 많아져 결과적으로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간주한다.











▲ 천준 교수
전립선 비대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그러나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갖고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가 들어 생긴 증상이니 좀 불편해도 참고 견디겠다는 생각이다. 비뇨기과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복용하는 것을 더 귀찮게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전립선 비대증 증상이 있는 사람 중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20~3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치료를 받으면 훨씬 편하고 산뜻하게 살 수 있는데도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전립선 비대증의 치료는 크게 약물요법, 수술, 기타 최소절개치료법으로 나뉜다.

증상이 가벼울 때 시행하는 약물요법은 비교적 간편하고 안전하며, 60~75%의 환자에게 증상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 크기가 비교적 작을 때는 우선적으로 요도확장제를 사용하며, 그보다 좀 더 크지만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면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는 약을 쓰게 된다. 그러나 약물요법은 약을 복용할 때만 효과가 유지되며, 전립선이 비대되는 현상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게 단점이다.

수술의 경우 과거엔 개복(開腹)해서 전립선을 잘라내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요도로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삽입해 전립선의 일부를 절제하는 ‘경요도 절제술’이 전체 수술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전립선 크기가 일정 크기 이상일 경우엔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수술도 완치를 100% 보장하진 못한다. 수술을 받아도 15~20%는 증상이 없어지지 않을 수 있으며, 또 증상이 없어졌다 다시 재발할 수도 있다. “수술 받았는데 왜 증상이 그대로냐”고 병원에 와서 따지는 환자를 가끔씩 보게 되는데,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환자는 수술 전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 밖에 온열치료, 레이저치료, 침소작술(TUNA), 알콜주사요법 등의 ‘최소절개치료법’들도 최근 비교적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 방법은 약물 요법보단 효과가 좋고,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지만 장기적인 치료효과가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다. 또 치료비도 비싸다. 따라서 환자는 의사로부터 각 치료법의 효과와 장-단점 등을 충분히 설명 들은 뒤 치료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

한편 전립선은 주위엔 성 신경이 지나가고 혈관도 많이 분포하므로 성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치료를 받은 뒤 성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특히 일부 치료제는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기 때문에 성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전립선의 일부만 제거하는 수술의 경우, 발기력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성교시 사정액이 방광으로 거꾸로 들어가는 ‘역행사정’이 60~70% 정도 생긴다. 물론 발기가 되므로 성 행위를 할 순 있지만, 정액이 나오지 않아 ‘찜찜한’ 기분이 들게 된다. 그러나 역행사정이 돼도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다. 따라서 성 생활이 활발한 사람은 전립선 비대증 치료 전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마치 성병에 걸린 것처럼 소변이 자주 마렵고 요도가 따끔거리고 하복부에 불쾌한 통증이 있는 전립선염은 청장년층에서 노년층까지 두루 나타나는 비뇨기 질환이다. 많은 사람이 이를 성병으로 잘못알고 혼자 끙끙대다 ‘몰래’ 병원을 찾는 일이 많지만, 성 행위가 원인인 세균성 전립선염은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95% 정도는 성 행위와 무관한 비세균성 전립선염이다.



비세균성 전립선염은 일반적으로 택시 기사처럼 오랜 시간 소변을 참으며 앉아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많이 발병하며,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과로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도 비교적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전립선이 압박을 받아 피가 잘 통하지 않게 되고, 또 요도 내 압력이 높아져 소변이 전립선으로 역류하면서 염증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세균성 전립선염은 일반적으로 성병이라 부르는 요로감염 이후 2차적으로 발생하는 염증이다. 즉 요로감염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아, 세균이 전립선까지 거슬러 올라가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특히,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은 전신 세균 감염의 위험이 있는 매우 위급한 상황으로 5~7일 정도 입원해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성병이 생기면 전립선까지 염증이 퍼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전립선염은 잘 낫지 않고 만성화하는 경우가 비교적 흔하다. 따라서 처음 발병했을 때 철저하게 치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1개월 이상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세균성 전립선염은 물론이고 만성 비세균성 전립선염인 경우도 1개월 정도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전립선은 항생제가 잘 침투하지 않는 조직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복용하다 중단하면 세균의 내성만 키우는 꼴이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전립선과 요도의 압력을 낮추는 약이나 소염제, 진통제를 복용하는 수도 있다.

한편 만성 전립선염이 있는 사람은 더운 물에 좌욕을 하거나, 회음부(성기와 항문사이)를 마사지하면 효과가 있으며, 전립선을 압박하는 자전거나 오토바이 타기는 삼가는 게 좋다. 하복부의 긴장이나 압력을 증가시키는 그 밖의 요인들, 예를 들어 술, 커피, 맵고 짠 음식, 과도한 스트레스 등도 피하는 게 좋다.

전립선암은 갑상선암과 더불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암이다. 보건복지부가 2004년 발표한 ‘2002년 중앙암 등록사업 결과’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95년 기준 7년만에 무려 2.11배 증가했다. 갑상선암이 2.46배 증가해 증가율 1위를 기록했지만 환자의 대부분이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남성암 중에선 전립선암이 증가율 1위다. 비록 지금은 전체 남성암의 3.0%에 불과해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방광암에 이어 6위에 랭크돼 있지만, 조만간 남성 1위암이 될 것이란 게 의학계의 일치된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전립선암은 발생률 1위며, 사망원인은 폐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다른 이유로 사망한 사람을 부검했더니 우연히 전립선암이 발견될 확률이 40% 정도나 된다. 또 남성이 살아가면서 임상적으로 전립선암 진단을 받을 확률은 9.5%며, 전립선암 때문에 사망할 확률은 2.9%나 된다. 우리도 미국의 추세를 따라간다고 보면 남성으로선 가장 위협적인 암이 바로 전립선암인 셈이다.

전립선암이 이처럼 급증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첫째는 인구의 고령화다. 다른 모든 암도 그렇지만 전립선암은 특히 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40대 후반이나 50대에 발병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60대 중반 이후에 대부분 발병한다. 70대 환자가 대다수라 60대 후반이면 ‘젊은 편’에 속할 정도다. 과거 전립선암이 적었던 이유는 발병하기 이전에 대부분 사망했기 때문이다. 만약 남성의 평균수명이 100세가 되면 80~90%에게 전립선암이 발병할 지도 모른다.

둘째는 진단기술의 발달이다. 전립선암은 가장 손쉽고 정확하게 진단이 가능한 암이다. 특히 혈액검사(혈중 PSA수치)로 찾아낼 수 있는 암은 전립선암이 거의 유일하다. 또 항문을 통한 초음파 검사(경직장 초음파검사)를 하면 전립선암의 생김새까지 정확하게 진단 가능하다. 최근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예전 같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수 많은 전립선암 환자가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식생활의 서구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인들이 많이 먹는 호박, 당근, 시금치 등 녹황색 야채와 콩으로 만든 된장과 두부, 그리고 마늘 등은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육류를 주로 먹는 서양인들의 식습관은 전립선암을 증가시킨다. 실제로 일본인은 미국인보다 평균수명이 높지만 전립선암 발병률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동양인의 전립선암 발병률은 서양인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데,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밖에 과도한 남성호르몬,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도 전립선암 증가의 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환에서 생성되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전립선암의 성장과 전이에 관여한다. 또 전체 전립선암 환자의 5~10%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립선염이나 전립선 비대증이 전립선암으로 진행되지는 않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전립선암은 병의 진행이 매우 느리고, 치료가 비교적 쉽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듯, 사망한 사람의 40% 정도에게서 ‘우연히’ 전립선암 세포가 발견됐다는 얘기는 그 만큼의 사람들이 암이 채 자라기도 전에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생전에 9.5% 정도가 전립선암 진단을 받지만 전립선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2.9% 밖에 안된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전립선암에 걸렸지만 제 수명을 다 살거나 뇌졸중이나 심장병 등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설혹 사인(死因)이 전립선암인 경우라도 생존기간이 다른 암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미국의 경우, 전립선암이 남성암 발병률 1위, 사망률 2위인데도 불구하고 ‘자비로운 암(benign cancer)’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립선암도 전립선 비대증과 증상이 유사하다. 소변줄기가 약해지거나 밤에 소변이 마려워 자주 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발병 초기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립선 비대증의 경우, 증상이 심하므로 자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립선암은 오히려 증상이 없어 검사를 받지 않는다면 조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과거엔 대부분의 전립선암 환자가 말기 상태에서 발견됐지만 최근엔 전립선암 검사법의 발달로 초기에 발견되는 환자가 많다.

앞서 얘기했듯 전립선암은 혈액검사나 항문으로 손가락을 집어 넣어 전립선을 만지는 ‘직장수지검사’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혈액검사나 직장수지검사에서 전립선암이 의심되면 특수한 전립선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전립선 조직을 떼어내서 조직검사를 한 뒤 확진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50세 이상 남성에겐 1년에 한번 혈액검사와 직장수지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일단 전립선암으로 진단되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적극적’이란 말을 강조한 이유는 “전립선암은 워낙 늦게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를 안받아도 된다더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은 대부분 늙어서 발병하는데다, 매우 느리게 진행하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아무 치료도 않는 ‘대기-관찰(待期-觀察)’ 요법이 시행될 수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아무 치료도 않고 지켜만 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주 나이가 많이 들어 전립선암이 발병했다거나, 다른 만성질환이 있어 치료를 받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엔 대기-관찰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관찰요법을 시행하는 아주 특수한 경우를 일반화해서 자신도 치료를 안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문제다.

일반적으로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으면 발병 6~7년만에 사망하지만,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전립선암이 아닌 다른 암이나 다른 질병 때문에 사망할 확률이 더 높다. 요즘엔 다른 암이나 뇌졸중, 심근경색이 생기지 않는다면 90세, 심지어 100세까지도 너끈하게 살 수 있다. 따라서 전립선암이 70대에 발병했든 80대에 발병했든 적극적으로 치료 받을 필요가 있다.

전립선암 치료법에는 전립선 적출수술, 방사선 치료, 냉동치료, 호르몬치료, 항암치료 등이 있다. 적출수술은 글자 그대로 개복해서 전립선과 암이 퍼진 주위 조직을 잘라내는 방법이다.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으로, 냉동치료는 조직을 얼리는 기계로 암이 생긴 전립선을 파괴하는 치료다. 일반적으로 70세를 기준으로 해서 환자의 나이가 그 보다 젊은 경우엔 적출수술을 하고, 그 이상인 경우엔 방사선 치료나 냉동 치료를 하게 된다.

셋 다 치료효과는 ‘엄청나게’ 좋다. 암 세포가 뼈까지 전이된 4기 환자를 제외하고 1~3기 환자가 적출수술을 받으면 85~90%가 10년 이상 암이 재발하지 않는다. 방사선 치료나 냉동 치료는 그보다 약간 떨어져 70~75% 정도가 10년 이상 생존한다. 대부분의 암이 5년 생존율을 따지지만 전립선암은 생존율이 너무 좋아 10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전립선암에는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설혹 암이 재발해도 다시 방사선-냉동치료를 받으면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설혹 뼈 등 전신으로 암이 퍼져 방사선-냉동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80~90%는 일정기간 암 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막을 수 있다.

전립선암 세포의 성장과 전이에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관여하는데, 이 호르몬을 차단하기 위해 고환을 잘라 버리거나 남성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하는 것이 호르몬 치료다. 호르몬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엔 대부분 12~18개월만에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처음 암이 발병해서 수술이나 방사선-냉동치료를 받고 다시 재발해서 호르몬 치료와 항암치료를 받고 사망할 때까지는 십수년, 길게는 20년 이상 걸리므로 대체로 자연적인 수명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한편 호르몬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는 상황을 ‘호르몬 불응성’이라 하는데, 이 때는 항암치료를 하면서 생명을 연장하는 수 밖에 없다. 호르몬 치료를 오래하면 대부분 언젠가는 호르몬 불응성이 되므로 호르몬 치료는 최후의 수단으로 가급적 ‘아껴서’ 신중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자. 전립선암은 매우 자비로운 암으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병에 관해선 의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환자는 자신의 인생을 그대로 걸어가면 된다. 이젠 90세, 100세까지도 사는 세상이 됐으므로 나이가 많다고 해서 치료를 포기해선 안된다.










■천준 교수는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천준 교수의 진료 차트엔 ‘프리(free)’ 또는 ‘무료’라고 붉은 사인펜으로 밑줄 친 글자가 유독 자주 눈에 띈다. 초음파 검사비 등을 받지 말라는 사인이다. 병원내 약제실에 메모를 적어 보내기도 한다. 이 환자에게 무슨무슨 약을 공짜로 내주고, 대신 어느어느 제약사 누구누구에게 약을 ‘공짜’로 달라고 해서 부족분을 채워 넣어라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일이 ‘발각’돼 병원측으로부터 여러차례 주의를 받았고, 제약사 담당자들과 여러차례 언쟁도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프리’ 사인은 계속 이어진다. “돈이 없다고 암 치료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전립선암 환자는 대부분 60대 후반 이상의 노인인데,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는 특히 가난한 환자가 많다”며 “옷 차림새가 남루하고 몇마디 물어봐서 사정이 여의치 않은 노인에게는 진료비나 약제비를 면제해 준다”고 말했다. “제약사에게 약값을 떠넘기는 건 부정(不正)이 아니냐”고 묻자 “의사가 그 정도 융통성은 부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

1959년생인 천준 교수는 1984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병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쳤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암치료로 유명한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 엠디엔드슨병원과 버지니아대학 의과학센터에서 전립선암 연수를 했다. 그는 “학창시절, 환자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일 깨워 준 고성건 박사(현 성애병원 근무)를 가장 존경하며, 전립선암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길렌 워터(Jay Y. Gillenwater) 박사와 청(Leland WK Chung) 교수에게서 직접 가르침을 받아 매우 운이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준 교수는 국내 비뇨기과 전문의 중 학술활동이 가장 활발한 의사 중 한사람이다. 현재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연속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비뇨기과 학회지에 총 10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외국 학술 전문지에 지금껏 1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 비뇨기과학회지의 논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997년 대한의사협회 학술상, 1997-2000-2003년 대한비뇨기과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기자들 사이에 천 교수는 ‘마늘 교수’로 통한다. 툭하면 마늘 추출물이 전립선암과 방광암 등 비뇨기계 암의 예방과 치료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동물-임상결과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 교수는 마늘 추출물을 이용한 전립선암 예방과 치료에 관한 미국 특허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 밖에 치료가 어려운 말기 전립선암 환자에 대한 유전자 치료법에 대한 연구에 몰두해 미국에서 첫번째 임상시험을 마쳤으며, 현재 일본에서 두번째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천준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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