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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들의 명강의/ 눈 질환/ 2004-07-08
작성자 : 운영자(kylggc@hanmail.net)  작성일 : 2017-01-30   조회수 : 105

어린이는 눈이 나쁘면 반드시 시력 교정해야
성인은 안경 썼다 벗었다 해도 시력에 지장없어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가 최근 낸 단행본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앞으로 30일간 chosun.com을 통해 연재합니다. 총 30편으로 된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효녀 심청이 임당수에 몸을 던져서까지 눈을 띄우려 했던 아버지 심 봉사는 과연 태어날 때부터 맹인이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 믿는 것 같다. 그래야 뭔가 더 절절하고 설득력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의 관념 속의 맹인도 대부분 선천성 맹인이지 후천성은 아니다. 그러나 실명은 대부분 후천적으로 발생하며, 태어날 때부터 맹인은 5%도 안된다. 보통 사람들의 막연한 추측과는 정 반대다. 심청전 몇몇 판본에서도 심 봉사가 안질(眼疾)에 걸려 실명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꽤나 사실적인 셈이다.

대한안과학회에 보고된 실명 원인 조사에 따르면 1960년대에는 실명자의 31%가 백내장, 28%가 안구외상 때문이었다. 그 밖에 각막질환 17%, 망막질환 11%, 녹내장 6%, 시신경 질환 6% 등이었다. 1980년대 조사에선 백내장 36%, 안구외상 25%, 망막질환 16%, 각막질환 12%, 녹내장 7%, 시신경질환 6% 순이었다. 안타깝게도 1990년 이후엔 실명 원인 조사 결과가 안과학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한편 여기서 말하는 실명이란 시력이 0.1 이하인 상태로, 흔히 얘기하는 빛까지 느끼지 못하는 완전 실명과는 거리가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심 봉사가 후천적으로 실명했다면 백내장이나 안구 외상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백내장은 수정체 표면의 단백질이 어떤 원인에 의해 변성돼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병으로, 노인 실명의 제1 원인이었다. 일반적으로 60대 55~70%, 70대 72~93%, 80세 이상은 모두에게 정도의 차가 있지만 백내장이 온다. 그러나 최근엔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해 주는 수술이 발달해 백내장 때문에 시력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과거엔 안구에 직접적으로 외상을 입은 경우 대부분 실명했으나 요즘에는 안구가 깊이 찔리거나 심지어 터지더라도 심한 세균 감염이 나타나거나 망막과 신경이 손상되지 않았다면 즉시 수술을 잘 하면 실명을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의학의 발달에 전체 실명의 60~70%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재 임상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노인성 황반변성 등으로 인한 실명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 듦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이 녹내장이나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한 실명 위기에 처하고 있다. 노인성 황반변성이나 녹내장은 노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며, 당뇨병의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 역시 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재 이 질병들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과거보다 치료 방법이 크게 발전했지만 이로 인한 실명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상태다. 사회가 고령화 될수록 이런 병의 발병률은 더욱 증가하므로 병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집중적으로 치료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실명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고령화 사회의 또 다른 딜레머다.

서울대 안과 정흠교수가 당뇨환자의 눈을 검사하고 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 결국 실명하는 질환이다. 눈의 섬모체(모양체)에서는 각막과 수정체 등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방수(눈물이 아님)라는 액체가 생성되며, 방수는 눈의 각막과 홍채 사이에 있는 배출구를 통해 빠져 나가게 된다. 그러나 노화 등의 이유로 방수 배출구가 좁아지거나 막히면 방수가 빠져 나가지 못하고 눈 속에 고여 있게 되며, 눈 속에 고여 있으면 눈의 압력(안압)이 높아지게 되고, 눈의 압력이 높아지면 눈 속에서 가장 약한 시(視)신경이 먼저 압박을 받아 손상되게 된다. 이것이 녹내장이다. 한번 망가진 시신경은 어떤 방법으로도 되살릴 수 없으므로 녹내장은 백내장처럼 수술을 해도 좋아지지 않는다. 더 이상 시신경이 망가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현재로선 유일한 치료법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녹내장이 아주 천천히 진행되므로 아무런 자각 증세도 느끼지 못하고, 자각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병이 너무 진행된 상태여서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녹내장의 조기 발견을 위해 40세가 넘으면 정기적으로 안압측정이나 시야 검사 등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안압은 10~21mmHg가 정상이지만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21mmHg보다 높아도 시신경에 변화가 없고, 어떤 사람은 21mmHg보다 낮아도 시신경에 변화가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시야검사와 안압검사를 함께 받아야 한다.

녹내장의 치료는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처방하는 게 보통이지만, 안압이 급격히 높아질 경우에는 레이저 치료나 섬유주절제술 등을 시행한다. 레이저 치료는 외래에서 레이저로 간단하게 방수 배출구를 넓혀주는 것이며, 섬유주절제술은 막힌 방수 배출구 대신 새 배출구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수술을 받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안압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안압을 체크해야 한다.

한편 녹내장 중에선 안압이 급속도로 올라가는 급성 녹내장(폐쇄각 녹내장), 선천적으로 방수 배출구에 문제가 있어 생기는 선천성 녹내장, 안압은 정상인데 시신경이 망가지는 정상 안압 녹내장도 있다. 급성 녹내장은 어느 순간 눈의 방수 배출구가 완전히 막혀 안압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구역질, 구토, 안구 통증,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때 빨리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실명하게 된다. 신생아의 눈이 지나치게 크거나, 각막이 맑지 않거나, 눈물을 많이 흐리는 경우엔 선천성 녹내장 가능성이 있으므로 빨리 검사를 받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 안압이 정상인데 왜 신경이 파괴되는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이 때에도 안압을 낮게 유지하면 병의 악화가 어느 정도 방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망막병증이란 미세한 망막 혈관에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 생기는 당뇨 합병증이다. 흔히 사진기의 필름에 비유하는 망막은 마치 종이처럼 얇은 특별한 신경조직으로 안구의 뒷쪽 내벽에 벽지처럼 찰싹 붙어 있으며, 거미줄처럼 가는 미세한 혈관들이 분포되어 있다. 당뇨병은 혈관벽을 손상시키고 피를 끈적끈적하게 만들어 모세 혈관의 혈류소통을 나쁘게 하는데, 당뇨환자에게는 특히 망막과 신장의 혈류장애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

당뇨망막병증은 크게 비증식성 망막병증과 증식성 망막병증으로 나뉜다. 일단 망막의 혈관이 막히거나 혈관벽이 손상을 받으면 망막이 허혈(虛血) 상태에 빠지면서 부어오르게 되는데 이를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라 한다. 비증식성 망막병증이 더욱 진행되면 망막에 불필요한 혈관이 새로 자라나는데, 이렇게 생긴 혈관(신생혈관)은 정상 혈관보다 더 잘 터지므로 눈 속에 심각한 출혈을 일으킨다. 이를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라 한다. 또 망막의 신생혈관 옆에 섬유성 조직이 증식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렇게 되면 망막이 당겨져서 벽지가 들떠서 일어나는 것처럼 내벽에 평평하게 붙어 있어야 할 망막이 구겨지면서 내벽과 떨어지게 된다. 이를 ‘견인성 망막박리’라 부른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 환자의 숙명이다. 아무리 혈당관리를 철저히 해도 당뇨망막병증을 피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발병 15~20년이 지나면 거의 모든 환자에게 당뇨망막병증이 생기고, 그 중 1/4 정도가 실명위험이 있는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실명 위기에 처하는 당뇨 환자는 1/4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3/4은 실명까지 가지 않고 평생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병의 조기 발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1(소아)형 당뇨환자는 발병 5년이 지나면 매년 1회씩 망막검사를 받아야 하며, 제2(성인)형 당뇨환자는 당뇨병 진단이 내려지자 마자 망막 검사를 받고, 역시 매년 1회씩 검사 받아야 한다. 또 1형이든 2형이든 황반 부종이 없는 가벼운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인 경우엔 6개월~1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비증식성이라도 진행된 경우엔 2~4개월마다 안과 검진을 받고, 적절하게 치료해야 한다.

둘째는 철저한 혈당관리다. 적극적인 혈압과 콜레스테롤의 관리도 필요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혈당과 혈압 등을 어떻게 관리 하느냐에 따라 병의 진행 속도가 결정된다. 병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혈당과 혈압 등을 관리하면 실명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셋째는 적극적인 치료다. 비록 당뇨망막병증이 심해져서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이 심하게 부어오르거나, 유리체에 출혈이 생겼거나, 심지어 망막이 떨어진 경우라도 적극적으로 레이저 치료나 수술을 하면 어느정도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해선 안된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드루젠’이란 일종의 노화 퇴적물이 망막아래에 쌓이고 신생혈관이 생겨서 황반의 시(視)세포가 파괴되는 병이다. 황반이란 시세포와 시신경이 집중돼 있어 시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망막의 정 중앙 부분을 말한다. 황반변성 초기엔 글자나 직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휘어 보이며, 그림을 볼 때는 어느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증상이 점점 심해지다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아직 완벽한 치료법이 없다. 황반을 벗어난 부위에 생긴 신생혈관은 레이저 등으로 제거할 수가 있지만 황반부위에 생기면 망막이 손상될 우려가 있으므로 그 마저도 할 수 없다. 최근 ‘광역학요법’이란 치료법이 조심스레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치료효과가 제한적이다. 광역학요법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약을 주사하고 특수 레이저를 이용해서 황반은 그대로 두고 신생혈관만 파괴하는 치료로 이론적으로는 아주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고, 여러차례 치료해야 하며, 치료제가 매우 비싸서 일반적으로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노인성 황반변성에 대한 유일한 대책은 예방 뿐이다. 불행히도 완전한 예방책은 아직 없지만 다음 몇가지 점을 유의하면 어느 정도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황반변성 발병률이 2.4배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 밖에 자외선 노출,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유전적 요인 등도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비타민C, 비타민E, 카로테노이드, 미네랄 등이 황반변성의 예방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 망막박리, 포도막염, 망막색소변성 등에 의한 실명도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망막은 안구의 뒷쪽 내벽에 벽지처럼 찰싹 붙어 있으며 안쪽에는 ‘유리체’라 부르는 젤 형태의 조직이 가득 차 있다. 망막박리란 글자 그대로 망막이 안구 내벽으로부터 떨어져 들뜨게 되는 상태로, 망막이 들뜨게 되면 영양공급에 지장을 받아 시세포가 기능을 못하게 되고, 시간이 오래되면 영구적으로 망막기능이 상실돼 실명하게 된다.

망막박리에는 열공 망막박리, 견인 망막박리, 삼출 망막박리 등이 있는데 이 중 열공 망막박리가 가장 흔하다. 열공 망막박리는 망막이 찢겨 구멍이 생기고, 이 구멍을 통하여 유리체안의 액체가 망막 뒤로 흘러 들어가서 망막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노화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주로 40대 중반 이후에 발생하며, 고도 근시자, 백내장 수술 받은 환자, 외상 환자 등에게 더 잘 생긴다. 견인 망막박리는 눈 속에 새로운 조직이 생겨 망막이 구겨지고 들뜨게 되는 것으로 당뇨망막병증, 안구 외상, 포도막염, 망막 혈관염 등이 중요한 원인이다. 삼출 망막박리란 안구내 염증 때문에 고름 등 삼출액이 망막 아랫쪽에 고여 망막이 떨어지는 병이다. 망막박리가 있으면 시야가 커텐을 친 듯 가려지고 눈 아래쪽에 물이 고여 있는 듯한 시야 장애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황반까지 망막박리가 일어나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이 때는 즉각 망막박리의 원인을 제거한 뒤 망막을 내벽에 다시 붙여야 한다. 빨리 수술을 하지 않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으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즉각 안과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포도막이란 눈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 수정체를 받쳐주는 섬모체, 눈 바깥의 광선을 차단하는 맥락막을 통털어 일컫는 용어다.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포도막염이라 부른다. 과거엔 결핵이나 매독 등이 가장 흔한 포도막염의 원인이었으나 지금은 많이 줄었고, 대신 베체트병 처럼 인체의 면역세포가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베체트병은 포도막, 구강, 항문, 성기, 피부 등 점막 조직은 어느 곳이든 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 이것이 원인이 된 포도막염은 치료가 매우 어렵고 실명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포도막염은 급성인 경우 심한 안구 통증, 눈 부심, 가벼운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염증이 만성으로 진행될 경우엔 간헐적이고 은근한 안구 통증과 함께 시력 저하가 심하게 나타난다. 포도막염이 오래되면 백내장, 유리체 혼탁, 망막 변성, 녹내장을 초래해 역시 시력을 잃게 된다.

치료 효과는 염증의 발생 부위에 따라 다르다. 눈의 앞쪽에 있는 홍체나 섬모체에 염증이 생긴 경우엔 비교적 치료도 쉽게 되고 망막에 손상을 초래하지 않으므로 시력도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망막 아래에 있는 맥락막에 염증이 생긴 경우엔 망막 손상(흉터 등)을 초래해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손상이 생긴 곳이 황반 부위라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진다.

망막색소변성은 4000명에 1명꼴로 나타나는 유전질환으로 가장 ‘황당하게’ 실명하는 질환이다. 보통 어려서는 시력이 괜찮다가 15~20세쯤 부터 조금씩 밤 눈이 어두워지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40세쯤 되면 상당수가 실명하게 된다. 멀쩡하던 사람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다, 군대에서 훈련을 받다 시력이 떨어지므로 때로는 “엄살을 부린다”고 오해 받기도 한다.

불행히도 어떤 치료법으로도 망막색소변성에 의한 실명을 예방할 수 없으며, 심지어 실명이 되는 속도도 늦출 수가 없다. 세계 각국 의학자들이 인공망막을 개발해서 시세포의 기능을 대신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인공망막이 임상에 사용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고칠 수 있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 수 많은 망막색소변성 환자가 기 치료, 침 치료에 희망을 걸어 보지만 대부분 돈만 날리고 효과를 보지 못한다. 과거엔 소련이나 쿠바 등에서 고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아 애써서 갔다가 돈만 날리고 온 환자들도 많았다. 공연한 희망을 가졌다 돈만 날리고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엔 절망과 좌절이 더 커지므로 엉뚱한 희망을 갖지 말고 고성능 돋보기 등 ‘저시력 도구’를 활용해 현재의 시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로선 가족 중 망막색소변성 환자가 있는 경우엔 결혼이나 임신 전에 유전상담을 해서 2세에게 유전되지 않도록 가족계획을 세우는 도리밖에 없다. 산부인과의 산전진단으로는 망막색소변성 여부를 가려낼 수 없다.

<정흠교수는>

정흠 교수는 무지하게 성격이 꼼꼼한 것처럼 보였다. 실명의 원인 질환에 대해 설명할 때도 컴퓨터를 켜 놓고 의심가는 수치나 자료가 있으면 일일이 찾아보고 확인해서 대답을 했다.

정흠 교수가 안과검진 장비를 이마에 두른 채 이마에 두른채 진료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조선일보DB

조금이라도 다르게 이해하는 것 같으면 “그게 아니고…”라며 다시 처음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궁금한 점을 물을 때도 그렇게 차근차근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수술장에서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심하게 점검하고 까다롭게 수술하기 때문에 실수나 사고가 거의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은사인 이재흥 교수님에게서 환자를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며 “배운대로 실천하려 노력하지만 아직도 많이 모자라다”고 말했다.

1950년 생인 정 교수는 197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고, 1985~87년 미국 하바드대 안이(眼耳) 병원에서 연수했다. 그의 전공 분야는 망막과 포도막 질환. 1970년대부터 6000여명의 망막질환자를 수술했으며,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망막박리 중 가장 까다로운 ‘증식 유리체 망막병증’의 수술에 뛰어나다. 레이저 치료술 등 각종 첨단 망막 수술기법을 도입하는데 앞장섰으며, 1970년대 80% 수준이었던 망막 수술 성공률을 90년대말쯤엔 9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1995년에 국내 최초로 당뇨망막병증 클리닉을 개설해, 당뇨망막병증의 초기 치료부터 말기 수술까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당뇨환자를 위해 ‘당뇨병과 눈’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정 교수는 요즘 유전병인 망막색소변성증 치료를 위해 서울대 공대, 서울의대 의공학과 교수들과 함께 인공망막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실명할 운명을 타고난 1만5000명 정도의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이 너무나 안타까워 연구에 착수했다고 했다. 그는 “2006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지만 연구비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정흠 교수(서울대병원 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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